ใดเมนชั่น (Ghost Dimension)

산과 물, 나무와 돌로부터 생겨난 정령들, 세상의 온갖 도깨비와 귀신을 이르는 말인 ‘이매망량(魑魅魍魎)’이라는 한자어에는 각각의 글자마다 모두 귀신 귀(鬼)가 들어가 있다. 이는 모두 다른 의미의 귀신을 가리킨다. 산과 물속에 사는 요괴나 괴물, 정령, 도깨비 등 온갖 미신적인 존재에 대해, 우리는 이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턱없이 부족한 단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신(鬼神)’이라는 말로 죽은 것과 신을 스스럼없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죽은 사람의 머리가 혼령처럼 빠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귀(鬼)라는 이 한자어는 죽음의 순간에 인간의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되는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영혼이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전시는 ‘죽은 것’을 넘어서 존재하는 ‘어느 것’에 대한 길잡이다.

이러한 미신적인 존재에 대해, 인간은 언제나 가까이하거나 멀리하는 두 가지 상반되는 입장을 동시에 취한다. 인간을 해하기도 하고 돕기도 하는 이들은 일종의 신적 대상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시대에서든 쫓아 없애거나 제물을 바쳐 달래는 행위로 다루어지면서, 박해와 신격화를 동시에 겪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그들의 존재를 상정한 이후에 나오는 인간의 선택적 태도에 불과하다. 신과 종교, 믿음과 신앙 이전부터 존재했던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비롯된 상상력은 자연과학과 기술로 설명되지 않는 주술적인 경험과 영적 현상과 함께 한다. 그리고 이때의 이 막연한 두려움이 미신이라는 주문을 통해 다른 세상의 것들을 불러내고, 미신은 일상에서 말이 가진 주술적 힘을 활용해 지금도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타로카드의 메이저 카드 중 13번째 카드는 ‘죽음(Death)’이다. ‘13’은 1과 3이 합쳐진 숫자로 1+3인 ‘4’와 대비된다. 세계의 질서와 안정을 의미하는 4번 황제(The Emperor) 카드와 대비되는 죽음 카드는 완전히 다른 세상, 또 다른 세계의 질서를 가리킨다. 이렇듯 13번 카드가 의미하는 것은 죽음으로서 종료되는 삶의 마지막이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세상으로의 출발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 다가올 새로운 세상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이는 오롯이 인간의 상상력에 기반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며, 이는 곧 어느 것이 죽어야만 다른 것이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축귀(逐鬼)는 귀신을 불러내야 물리칠 수 있으니까.

양승욱(Yang Seungwook)은 〈Keep calm and play with toy〉 시리즈를 이번 전시에서 다시 선보인다. 이 작업은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물건들을 포착하여 거기에 내재한 오컬트적 성격을 부각시킨다. 오래된 사물에 깃든 영혼에 대한 미신과 믿음 사이에서 버려진 것들에 주목한다.

– 이슬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