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제 사진이지만 제 작품이 아닙니다

가변크기_디지털 c프린트_2017-2021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에 다른 작가의 전시 전경을 처음 올렸던 때가 2017년 12월이었나 보다. 해시태그도 제대로 달지 않고 올렸던 당시의 포스트를 인스타 피드에서 찾아보자니, 그간 올렸던 수백 개의 다른 작가 전시 방문 기록이 (문자 그대로) 스마트폰 화면을 스쳐간다. 처음의 시작은 지인의 전시장을 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해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나의 인스타그램 역시 팔로워 수가 많지 않은 일개 사진 작가의 계정일뿐이었지만, 각자의 소중한 시간을 ‘갈아넣어‘ 만든 작업을 한 명의 사람이라도 더 보게 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으리라 떠올려본다. 

 그렇게 시작한 다른 작가 전시 전경 포스팅이 취미가 된 듯 습관이 된 듯 나의 인스타그램을 빼곡히 채우고 있다. 동료 작가는 다른 전시 찾아다닐 시간에 내 작업이나 더 열심히 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의도치 않게 아카이빙된 타인 전시 포스팅 사진을 모아 나의 전시를 구성하고자 한다. 

 사진 작가로서 일상 생활과 작업 활동을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정한 (혹은 정하고 싶은) 주제 의식에 맞는 피사체를 찾거나 만들어 커다란 전문가용 카메라에 담아야 프로의 사진이 될 수 있다면, 본 전시에서 내가 내세운 타인의 전시 사진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어하는 인증샷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의 세팅을 조절하고 필터를 적용하며 보정을 거쳐 포스팅한 다른 작가의 전시 사진은 나도 모르게 내 작업 스타일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나의 (취미 또는 습관이라고 불러도 무관한) 일상이 나의 작업과 만나 새로운 그 무엇이 되어 버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타인의 작업을 보면 대개 두 가지 중 하나의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하고자 했던 아이디어와 접점이 닿아있는 작업의 경우, ‘아 또 늦었네’, 내가 생각치 못한 아이디어를 펼치고 있는 작업의 경우, ‘아 난 글렀네’라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 준비를 하며 자세히 들여다본 내가 찍은 다른 작가의 작업 사진을 보며, 결국 이 사진들이 내 작업의 원천과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 등장하는 작품의 작가분들이 오시면 인스타그램 @yang_seungwook 으로 연락 후 떼가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