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Bittersweet Home (2010-2014)


내가 태어날 당시 우리집은 상당히 가부장적이었다. 비록 경제활동은 부모님이 하고 있었지만, 가족 문제의 최종 결정권은 조부모님에게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아버지는 정년퇴임을 하셨고, 치매에 걸려 나날이 사리판단이 흐려지고 있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본격적으로 돌보기 시작하셨다. 서로 다른 이유로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각각 요양원과 집에서 그들의 자식들과 손자들의 걱정거리가 되어 갔다. 

치매가 아무리 심해져도 자녀와 배우자는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근거 없는 바람일 뿐이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점차 못 알아봤고, 할아버지는 당신이 그리워하는 사람이 아내인지 어머니인지 스스로 혼란스러워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내심 기대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같은 날 돌아가시면서 드라마틱하게 생애를 마감하고, 우린 두고두고 그에 대해 얘기할 수 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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