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Offering

하나의 예술장르를 체현(體現)하는 것에 대한 소고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가 활발한 세상에서 하나의 작품은 OSMU(one source multi use)를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각색으로 횡단을 거듭해왔다. 예를 들어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방탄소년단의 2집 앨범에 수록된 ‘피 땀 눈물’의 뮤직비디오 스토리와 컨셉에 모티브가 되었으며, 영화 퍼시 잭슨 시리즈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픽션의 시간성을 확장했다. 이 외에도 웹툰이 드라마로 전환되거나 드라마가 뮤지컬로 재창작되는 등의 활발한 변형과정들은 트랜스미디어 시대의 문화예술을 특징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고전작품의 형식을 같은 차원에서 반복하고 있는 예술장르도 있는데 바로 ‘오페라’의 경우 오랫동안 유지해온 역사성에도 불구하고 각국에서 재상연되거나, 연대를 달리 한 채 성악가들의 몫으로서 재현되고 있다. 물론 바그너가 북유럽 신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한 <니벨룽겐의 반지>는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의 모티브로 차용되었지만 오페라가 내포하고 있는 신화와 고전, 역사적 사건이라는 광대한 원형적 층위에 비해 오페라 안에서의 새로운 창작, 밖으로의 매체횡단적 시도가 미비한 것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예술공간 옹노에서 진행되는 콜렉티브 유사음악x살친구의 전시 매지컬 오퍼링(Magical-offering)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 <마술피리>를 중심으로 이러한 과거지향적 장르의 특성이자 구조를 넘어 하나의 예술장르가 재현되는 구성을 바꿔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두 작가는 본 전시에 앞서 프리퀄의 과정으로서 몇 차례의 사전 연구와 워크숍을 진행했는데 첫 번째는 오리지널 마술피리에 대한 작품을 분석하며 기존 오페라가 유지해온 서사 구성을 바꿔보고 선과 악, 남과 여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재구성하는 등 오페라 작품의 변형과정을 논의했다. 두 번째는 참여형 워크숍의 일환으로 여러 작가와 함께 <마술피리>의 서사를 추동시키는 소재에 대한 담론을 이어나가며 오페라의 제목인 마술피리가 상징하는 것, 개별적 도구로서 등장하는 조력물(종, 칼, 보주)들의 존재성을 탐구했다. 여기서 참여작가들은 선행된 연구에 기반하여 새로운 ‘소품’을 제작해보는 마지막 과정을 거쳐, 일전의 마술피리가 재현해내는 작품의 구성을 벗어나 소품으로 표현된 오페라를 각각의 결과물로서 완성시켰다.
따라서 이번 전시 매지컬오퍼링은 이렇게 완성된 소품들을 전시의 형태로 각색하여 오페라의 시공간적 층위를 ‘체현’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과정들은 오페라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중시되거나 주목했던 음악적 장치를 탈피해 문학적 측면에서의 서사 해체, 기호적 과정에서의 의미 재건이라는 변주곡의 모습을 내포한다. 또한 이러한 실행 자체가 그간 유사음악이 시도했던 음악의 의미범주 확장, 고착화된 음악 장르의 형태를 변형해보는 유쾌한 탈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여기에 살친구가 추구하는 퀴어아트의 관념을 고전작품에 부여된 성역할을 타개하는 방법에 대입함으로써 기존 작품을 다시금 개념화하는 재미를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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