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al inter- view ] 인터-벌 인터-뷰 

작가 : 김혜숙, 양승욱 / 기획 : 방유경

가깝지만 먼 이야기를 찾아서
도시는 반듯하고 매끄러운 표면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신을 치장하고 가린다. 번듯한 빌딩이, 날로 정돈되는 보도블록이, 소리 없이 사라지고 지어지는 집과 상점 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 변화의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틈이 어딘가에 있다. 정체되 거나버려지거나가까스로생존한틈.김혜숙과양승욱두작가는우리가잘알고있 다고생각했던도시풍경사이에서이시간과공간의틈을찾는다.그래서이들이회 화와사진을통해표현한도시의모습은기능과형식,역사와의미가전복되어전혀 다른 서사로 엮인다. <인터-벌 인터-뷰>는 이 기획의 연장선에서 두 사람의 작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연결한다.

이번 전시는 두 가지 층위에서 ‘시점의 차이’를 다룬다. 관습과 인습에서 벗어나 도 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점, 그리고 두 작가가 바라보는 시점의 차이다. 군산과 청 주레지던시를통해만난두작가는선과색으로대표되는특유의방식으로도시의 풍경을 담아왔다. 김혜숙의 회화는 도시의 오래된 건축물을 탐구하고, 공간이 지닌 시간의 단서를 얇은 샤프의 선으로 치환하여 새로운 기억의 공간을 구축한다. 양승 욱의 사진은 맥락 없이 충돌하는 비현실적인 도시의 풍경을 자연광이 아닌 강렬한 스트로브 조명을 터트려 독특한 색으로 포착한다.

인식의바깥에있던도시의시간과공간의틈을포착한두사람의작업은특정도시 의 역사를 받아쓰는 기록을 넘어 새로운 서사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차이’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두 작가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나열하는 방식 을피하고하나의작업으로엮어재구성하는방법을택했다.그래서두작업이병치 된풍경은매체와이미지의강렬한대비를넘어,시선의차이와경직된사고의경계 를허문다.나아가한데뒤섞여도제빛을잃지않는마블링처럼보다풍부한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각 작품의 제목은 작가 인터뷰의 일부를 발췌하여 기록하고 있다. 이 문장은 작가와 작업을 이어줄 뿐 아니라, 관객과 작품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결과가 정 해진 퍼즐의 조각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끝을 예측할 수 없는 블록쌓기의 과정처럼, 두사람이구축한새로운시공간은우리의시선을한곳으로몰지않고,사진과그림 사이를 오가게 만든다. 끊임없는 산책과 방황의 과정이야 말로 우리가 보지 못한 ‘틈’ 을찾기위한여정의시작일것이다.

기획_방유경